[조이人]② 안재홍 "당황했던 '은퇴설', 최고의 칭찬…부담·강박 없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어떤 역할을 맡아도 기가 막히게 잘해낸다. 분명 안재홍은 맞는데, 출연하는 작품마다 색과 분위기가 다 달라 순간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은퇴설'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와 작품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안재홍이다. 그래서 이제 안재홍 이름 석자만 봐도 이번엔 어떤 파격 변신을 보여줄지 큰 기대가 쏠린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감독 이병헌)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의 이병헌 감독과 닭과 인연이 깊은 연기 장인 류승룡, 다양한 작품에서 "은퇴하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파격 연기를 보여준 안재홍이 만나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닭강정이 된 민아는 김유정이 연기했으며, 김남희와 정호연, 박진영, 고창석, 문상훈, 유승목, 정승길,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 양현민, 허준석, 이주빈 등이 함께해 기상천외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안재홍은 닭강정이 되어버린 민아를 예전부터 짝사랑해 온 고백중 역을 맡아 또 하나의 역대급 캐릭터를 완성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주오남과는 또 다른 충격이다. 처음엔 "뭐야?" 싶지만, 어느 새 안재홍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고백중의 독특함에 푹 빠져들게 된다. 다음은 안재홍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정호연 배우가 맡은 홍차가 백중에게 "넌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라고 하고 뱃살을 잡는 장면, 이 둘을 불안하게 바라보며 애원하는 선만에서 웃음 폭탄이 터졌는데 촬영할 때도 웃음이 많이 터졌을 것 같다.

"제 대사도 아닌데 깊숙하게 들어왔다.(웃음) 지뢰밭이었다. 어딜 봐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어딜 봐도 웃긴데 안 볼 수도 없다. 호연 씨를 보다가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데, 승룡 선배님은 더 못 보겠더라. 그래서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하고 호흡했다. 호연 씨가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호연이라는 배우가 분위기를 바꿔버리더라."

- 홍차와 백중이 음식 취향으로 실랑이를 하는데, 실제 취향은 어떻게 되나?

"취향이 확고해서 못 받아들이거나 하는 건 없다. 다 열려있다. 그럼에도, 반민초에 노 파인애플 피자고 부먹이다. 따지고 보면 홍차와 같은 취향이다. 비하인드인데 민트 초코를 물고 와인을 음미하듯이 먹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먹기 싫어서 그런 거다.(웃음) 많이 먹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게 촬영했는데 촬영 감독님이 "너 대단하다. 안 먹으려고 이렇게까지 하냐"라고 하시더라. 전 백중이처럼 "이건 아니야" 하는 건 아니다. 있으면 잘 먹는다. 열려있다."

- 뱃살도 진짜가 아닌 분장 효과였다고 들었다.

"배는 분장을 한 것도 있고 안한 장면도 있다. 과거 장면은 쿠션을 넣어서 살집이 있는 캐릭터로 보이게 했다. 옷도 사이즈가 큰 것을 입고 촬영했다. 몸집이 커 보이도록 표현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몸에 맞는 조끼를 입어서 다양함을 주려고 했다. 한 벌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다르다.(웃음)"

- 노래 부르는 장면도 화제가 많이 됐다. '킹받는다'는 반응도 나왔는데 의도된 것도 있나?

"반반이다.(웃음) 진심 반, 킹받으라고 하는 것 반이다. 음원이 출시됐는데 전 매일 듣는다. 심지어 가수 이름도 '옐로우팬츠'라고 나왔다. '고백의 주문서'를 많이 듣는데 오묘하면서 킹받는 감정을 드리는 것이 마성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후시딘 장면도 애드리브가 섞였나?

"후시딘을 발라주는 건 다 대본이고, 몇 번을 발라주느냐와 리듬감은 그 순간에 결정했다."

- 혹시 웃음 참기 힘들었던 장면이 또 있었나?

"유인원 박사 역 유승목 선배님과의 첫 대면을 못 잊을 것 같다. 대본을 보면서 애벌레로서 2년을 살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웨이브를 춘다는 건 대본에 없었다. 애벌레의 기억이 몸에 남아서 애벌레 동작이 나온다는 건 배우가 가져온 거다. 보는데 못 참겠더라. '난 추고 싶지 않은데 나오는' 바이브라 고통스럽게 춤을 춘다. 그걸 처음 볼 때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었고 캐릭터 해석에 대해 정말 놀랐다. 선배님이 영감을 주셨다."

- '마스크걸'부터 계속 출연작마다 은퇴설이 나오고, 이제는 스스로 즐기는 것 같기도 한데 혹시 이번에도 기대한 바가 있나?

"그건 의도를 할 수 없고 의도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마스크걸' 때는 당황했다. 제 이름을 검색하는데 그게 있더라. 게다가 흑백 사진이라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그러다 캐릭터 구현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는 것에서의 찬사, 반응, 밈이라는 것을 인지하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최고의 칭찬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는 모르지만 온 마음 다해서 캐릭터를 구현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 계속 "은퇴하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상 초월 캐릭터 연기를 해오고 있고, 그런 캐릭터에서 특히 큰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은 없다. 또 독특하거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강박도 없다. 대중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몰입해줬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고 만족하는 부분이다. 저도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고, 그래서 궁금하고 설렌다.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더 깊이 있는 감정을 연기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이 지금 제 마음이다."

- 후반 결말에서 백중의 선택이 뭉클했다. 안재홍 배우가 그려낸 순애보, 인간애가 반갑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일상적인 연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 당연히 저도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저는 작품마다 거기에 맞는 화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캐릭터화된 작품 외에도 정말 일상적이거나 마음을 적시는 작품,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또 강렬한 캐릭터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닭강정'은 배우 안재홍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또 이 작품 후 바뀐 점이 있다면?

"전에 없는 작품이라 소중하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 싶어서, 그것에만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또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거기에 맞는 화법을 찾아서 연기하고 싶다. 변화라고 한다면, 폰케이스를 노란색으로 바꿨다. 백중의 마음을 상기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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