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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해부] "독일에도 붉은악마다"


 

"독일에도 붉은악마다."

오는 6월 9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2006 독일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4년 만에 대한민국에 또 다시 붉은 물결이 넘실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2년에 열린 한일월드컵은 우리나라가 홈 그라운드. 대한민국 팀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은 온통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월드컵 개최지는 이역만리 떨어진 유럽의 독일. 우리나라와 같은 G조로서 함께 예선전을 펼칠 프랑스, 스위스와 인접해있는 곳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며, 전관중이 대한민국팀의 12번째 선수가 됐었던 것과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는 상대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곳으로 붉은악마가 뜬다.

◆ 지난해부터 독일원정실무단 구성

지난 5월10일 저녁 8시40분, 서울 대학로의 붉은악마 축구 쉼터.

여름이 가까워 낮이 제법 길어진 5월이지만 이미 밤은 깊어 있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붉은악마의 축구 쉼터에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15명 정도가 되자 조그만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다른 응원단과 좌석 위치가 가까워서 함께 응원을 전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지 한인회하고도 교류하고 있으니 경기에서 함께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정체는 붉은악마 독일원정 실무단이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15명이 TFT(태스크포스팀)로 구성됐다. 당연히 이들 모두는 2006 독일월드컵 관전을 위해 독일로 갈 예정이다.

독일원정 실무단의 반우용 단장은 독일원정을 준비하며 지난해 12월 직접 독일 현지로 날아가 사전답사를 했다.

반 단장에 따르면 독일 현지에서 붉은악마는 '고려 네트워크'와 함께 응원전을 펼칠 예정. 고려 네트워크는 한인 2세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현지 교민들과 얼마나 잘 화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상대팀들에 비해 응원 인원이 적을 수 밖에 없으므로 효과적인 응원을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 가장 고민입니다."

반 단장은 역시 대한민국 선수들이 붉은악마 원정단으로부터 지난 2002년 월드컵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실무단 각각이 담당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또 다른 전략을 구상하고, 논의를 하는 과정이 되풀이 됐다.

"안전이 제일 걱정이죠. 우리나라도 아니고 해외인데다가, 자유여행이 많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 대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청 등과 연계해 사전에 안전 교육을 받으려고 합니다."

실무단 소속인 하주란 회원에게 이런 일들이 귀찮지 않냐고 물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힘든 줄 모르겠어요. 실무단에서 빠짐없이 준비하면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효과적인 응원전을 펼칠 수 있을테니 가기 전에 철저히 준비해야죠."

◆ 붉은악마 400명 독일로 뜬다

붉은악마에서는 이번 2006 독일월드컵에 400여명 회원이 관전을 위해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선정된 400명은 붉은악마 활동량에 따라 원정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가맹 및 자치단체 소속 회원이 약 300여명이며, 나머지는 활동량에 따라 티켓을 배분했다.

이들은 사정에 따라 우리나라팀 예선전 1경기에서 3경기까지 관전하며, 개인 사정에 맞춰 독일 현지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 경기가 6월 13일(토고), 18일(프랑스), 23일(스위스)에 열릴 예정이므로, 어떤 경기를 관전하느냐에 따라 출발 일자도 다르다.

독일원정 실무단의 반우용 단장은 "우리나라 예선전 중 몇 경기를 관전하고, 어떤 경기를 관전하며, 어떤 여행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의 여행 패키지 중 취사 선택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만약 토고전(13일)만 본다면 6월 9일날 출발하며, 스위스전(23일)만 본다면 6월 18일날 출발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귀국 일자도 다르다.

현지 숙박은 우리팀 경기 전날에는 모두 함께 캠핑장에서 합숙하며, 패키지에 따라 우리팀 경기가 없는 날에는 자유여행을 할 수도 있다. 자유여행을 하다가 우리팀 경기 일자가 되면 경기 전날 다시 캠핑장에서 모이기로 했다.

원정 비용은 모두 자비. 몇 경기를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머무르냐에 따라 적게는 약 130만원부터 많게는 약 250만원 정도 든다. 이 비용에는 왕복 항공권, 경기 입장권, 경기 전날 숙박 등이 포함돼 있다.

◆ 재독 한인 2세 모임과 연계해 응원 전개

현지에서 재독 한인 2세 모임인 고려 네트워크 회원들과 연합해서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

고려 네트워크 소속 회원 50여명은 붉은악마 원정단이 머무르는 캠핑장에서 함께 생활하며 효과적인 서포팅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팀 경기당 대한축구협회가 FIFA로부터 배정받은 티켓은 2천장. 여기에 개인적으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까지 하면 우리나라 경기에 약 3천여명의 한국인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붉은악마 오중권 의장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이니 만큼 그 동안 붉은악마가 쌓아왔던 서포팅 노하우를 모두 발산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위해서 몇 달 전부터 현지 고려 네트워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포팅이라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분산돼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원정 실무단의 반 단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우리나라에 배정된 티켓들도 한 곳에 모여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출발 전 모여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미리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서 가능하다면 기업체 이벤트로 오게 된 응원단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할 생각이다.

붉은악마 | 박광민, 대학생, 22세

학생 신분으로 유럽까지 가서 축구를 본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가게 됐나.

"학교는 지난해 2학기를 마치고 나서 곧바로 휴학을 했다. 휴학한 후부터 지금까지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금을 마련했다. 약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붉은악마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인가.

"2002년 겨울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직후에 가입은 했지만 적극적으로 활동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치우천왕'이라는 소모임에 가입했다."

붉은악마 가입 전에는 어떻게 축구에 참여했나.

"2002년 한일월드컵 전에는 축구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서포터라는 개념도 잡혀있지 않았다. 그래서 축구를 보러 경기장에 간다는 것도 생소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많이들 그랬던 것처럼 광화문에서 응원했다."

독일에 축구 보러 간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부모님은 크게 반대하시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은 학생이기 때문에 자칫 공부에 소홀할까 걱정하시는 눈치다. 친구들은 붉은악마라는 것에 대해 일종의 동경을 갖고 있는 친구도 있고, 반대로 왜 그런 데다가 돈을 쓰냐는 반응도 있다."

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요즘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월드컵이라는 대축제를 외국까지 가서 직접 느끼러 간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직접 본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조이뉴스24 이설영기자 roni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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