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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훈 이적 파동, 무엇이 문제인가?


 

'꽃미남' 스타 백지훈(서울)이 수원 삼성으로 이적할지 여부가 K리그 최고의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이미 소속팀 서울과 수원은 백지훈의 이적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백지훈 측은 두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백지훈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수원 이적을 알았다고 전해진다.

두 구단의 합의에 연맹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백지훈이 수원행을 거부할 경우 그의 이적은 불가능하다.

수원이 백지훈을 영입하려면 이적시장 마감 시한인 7월31일 전에 프로축구연맹에 등록을 마쳐야 하지만 등록 절차에는 계약서와 원소속 구단의 동의서가 필수다.

원소속 구단 서울은 백지훈의 이적에 합의한 상태이지만 백지훈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적은 무산된다. 이럴 경우 백지훈은 남은 계약 기간인 6개월 동안 서울 소속으로 남게 된다.

구단과 선수의 팽팽한 감정대립과 줄다리기. 백지훈의 수원행이 현실화될 지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은 선수 이적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 제2의 백지훈, 제3의 백지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FC 서울, 선수 이적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FC 서울 측으로서도 백지훈을 이적시켜야 할 이유는 일면 타당해 보인다.

FC 서울 입장에서는 백지훈을 이적시킬 경우 막대한 이적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 선수 이적료가 구단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럽리그만큼 K리그에 이적이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선수를 타 구단에 보내며 수익을 얻으려는 서울의 기본적인 입장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K리그 구단들의 경우 선수 연봉으로 지출되는 액수가 전체 예산의 70~80%에 이른다. 선수 인건비에 큰 부담을 안고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K리그 구단들에게 선수 이적마저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선수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적을 강행해야 했는 지 의문이다. 시급하게 백지훈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계약 기간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터라 자칫 이적료 한푼 없이 선수를 내보낼 수는 없다는 게 FC 서울 측의 주요 논지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백지훈이 FC 서울과 6개월의 계약 기간 만이 남은 것은 사실이다. 2005년 계약금 없이 자유계약으로 K리그에 들어온 선수들부터는 원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끝날 경우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타 구단에 들어갈 수 있지만 백지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백지훈의 경우 만약 FC 서울과 계약 기간이 끝나 FA 선수가 된다 하더라도 타 구단으로 옮길 경우 서울은 백지훈에 대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

변수는 백지훈이 서울과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해외로 이적할 경우다. FA가 된 선수가 해외에 나가더라도 해외 구단이 국내에서 규정된 이적료를 원 소속팀에 내야 한다는 것이 프로축구연맹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물론 외국 구단이 국내 FA 규정을 인정치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백지훈이 외국행을 택했을 때 이적료를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를 지금 확신할 수 없다. 사안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백지훈이 FA가 되면 서울은 자칫 이적료 한푼 없이 그를 보내야 할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말은 절반의 설득력을 지닐 뿐이다.

선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적을 추진한 것은 너무 매정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FC 서울은 자유로울 수 없다.

유럽리그의 경우도 다른 구단의 이적 요청이 들어 왔을 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쪽은 구단이다. 선수의 계약 기간 내에 타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은 주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에게 비밀로 하고 이적을 강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백지훈이 특별히 구단과 불화를 일으켜 이적하는 케이스도아니었다.

백지훈, 상황 파악이 안일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백지훈이 자신의 이적을 정말 몰랐는지에 대해서 사실 확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지훈이 자신의 이적을 모를 수 있지만 구단이 백지훈의 이적을 추진할 정황상 근거가 충분함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백지훈 측은 자신을 제외한 채 양 구단간 이적 협상이 벌어졌다는 점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진 시스템이 갖춰진 유럽 리그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유럽리그가 K리그에 비해 선수들의 권익 보호나 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 구단이 선수나 선수의 에이전트에 의해 휘둘러지는 경우도 많지만 구단이 선수의 고용주라는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리그의 경우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선수가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원 소속팀이 적극적으로 선수의 이적을 추진하는 것이 관례다. 한국과 달리 '보스만 룰'의 적용을 받는 유럽에서는 선수의 계약이 종료되면 이적료 없이 타팀으로 선수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구단 측은 1년 정도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가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구단에서 이적을 추진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번 일 처럼 선수 모르게 일을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백지훈 같이 구단에 막대한 이적료를 안길 수 있는 선수를 FA로 풀어주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위원은 "선수와 에이전트의 힘이 막강한 유럽에서 선수를 배제하고 이적을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구단의 재계약 협상을 거부할 경우 자신이 이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대비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의 공격수 루아 루아는 계약이 1년 남은 시점에서 구단의 재계약안을 거부한 뒤 "구단이 나를 이적시킬 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지훈이 6개월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재계약 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면 FC 서울 측에 이적을 추진할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뒤 첼시로 이적료 없이 둥지를 옮긴 미하엘 발라크의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뮌헨이 계약 만료 직전까지 발라크의 잔류를 강하게 원했던 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앞날이 결정된 데 대해 감정적인 서운함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 하지만 구단이 십수억원의 이적료를 포기한 채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백지훈의 상황인식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은 유효하다.

아직 K리그는 선수 이적이 유럽 리그처럼 활발하지 않다. 또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는 길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프로축구연맹의 FA 규정이 점차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 과도기인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FA 제도가 활성화되고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해지면 이번 '백지훈 사태'같은 일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선수의 이적을 둘러싼 구단과의 갈등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이뉴스24 이지석기자 j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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