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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를 거절하는 이유


"지금까지 극장에 걸었던 세 편의 영화 모두 운 좋게도 저의 파이널 컷이고 감독판 이었습니다."

지난해 '괴물'로 한국영화 최고흥행기록을 경신했던 봉준호 감독은 자신을 운 좋은 감독이라고 칭했다. 이를 듣는 수강생들의 눈망울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제2기 문화콘텐츠기획 창작 아카데미 오픈특강의 강사로 나선 봉준호 감독.

조리 있고 유머 있게 말 잘 하기로 소문난 봉 감독답게 저녁 7시20분부터 10시40여분까지 이어진 강의 내내 수강생들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감독의 말에 집중했다.

봉 감독은 '영화 괴물의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라는 주제로 미래의 영화감독과 프로듀서를 꿈꾸는 수강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자세하고 솔직하게 들려줬다. 강의가 마무리 될 무렵 봉 감독은 수강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 중 한 질문이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봉 감독은 "좋은 제작자를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외압에 의해 영화를 줄이거나 장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할리우드의 경우 감독보다 제작자의 입김이 더 세다"고 지적했다.

'플란다스의 개'와 '살인의 추억'그리고 '괴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파이널 컷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었다는 봉 감독은 "할리우드에 선뜻 응할 수 없는 이유는 감독이 최종편집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았다.

할리우드가 아시아에서 온 저 같은 감독에게 과연 최종 편집권을 주겠느냐고 되물은 봉 감독은 "100%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든 영화를 할 있다"고 한 뒤 "일본의 만화 '20세기 소년'의 영화화도 제의가 왔지만 파이널 컷에 대한 정확한 명시가 없어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흔히 영화계 사람들끼리 영화는 결국 '감독놀이'란 우스개 소리를 한다. 감독의 연출역량에 따라 같은 배우와 같은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작품마다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와 투자사의 돈으로 만들어진다. 더군다나 할리우드 같은 경우 프로듀서의 입김이 영화감독의 힘보다 더 강해진 지 오래다. 감독은 영상만을 만들 뿐 제작사에 의해 편집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리우드 영화 DVD에 유독 감독판이 많고 감독의 코멘터리에 삭제장면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담기게 되는 연유도 거기에 있다.

이는 비단 할리우드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영화계 또한 감독의 의사보다 제작사의 의도와 배급사의 상업적인 계산이 영화 자체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흥행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에서 봉준호 감독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에 대해 평단과 관객 모두의 지지를 받는 감독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보면 봉준호 감독에게도 상업적인 요소를 요구하는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가 일본과 프랑스 그리고 한국의 만화 판권을 사들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비롯한 한국의 다른 감독들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봉 감독은 그 이유를 할리우드 자체의 창작력 고갈로 꼽았다. 창작력 고갈의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힘이 약해진 탓이 크다.

봉 감독은 앞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보다 창작된 내용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 강의 내내 수강생들에게 토로했던 것 역시 '생판 없던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 창작에 대한 고통'이었다. 그 창작의 고통으로 태어난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해 얄팍한 상술로부터 존중받고 보호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봉 감독은 올해 여름 일본에 건너가 단편을 촬영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장편영화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아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단계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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