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지석훈 2군 보낸 진짜 이유

실책 잦아지자 "초심으로 돌아가라"며 29일 2군행 통보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봤기에 결단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 먼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숨을 고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열흘간 눈을 질끈 감기로 했다. 김시진 현대 감독이 29일 내야수 지석훈(23)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품었던 마음이다.

지석훈은 27일과 28일 잠실 LG전에서 연이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책을 범했다. 27일에는 다 이긴 경기를 연장전으로 몰아넣어 결국 무승부로 끝났고 28일에는 크게 앞선 상황에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해 역전패의 불을 지폈다.

그리고 29일 새벽 지석훈은 2군에 합류하기 위해 쓸쓸히 짐을 쌌다. 올 시즌 현대가 치른 86경기 중 85경기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을 선발 유격수로 나섰던 지석훈이었다. 누가 봐도 문책성이 역력한 2군행. 하지만 김 감독이 지석훈을 불러 직접 했던 말은 달랐다.

"너를 꾸짖으려고 보내는 것이 아니다. 문책을 위해서였다면 더 진작에 보냈을 것이다. 네가 네 마음을 편하게 추스르고 다시 한번 초심을 되새겨보라는 뜻이다. 2군에서도 남들보다 5분 먼저 나가서 운동하고 남들보다 5분 늦게 들어가라. 네가 왜 1군에서 뛸 수 있게 됐는지를 2군 선수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김 감독은 평소 '타격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지만 수비는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가 잘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때문에 수비의 기본기가 탄탄한 지석훈을 전지훈련 때부터 눈여겨 봤다. 유격수난에 허덕이던 현대에 가뭄의 단비가 돼줄 거라고 생각했다. 지석훈은 시즌 초반 연패의 늪에 빠졌던 현대에 돌파구 노릇을 하더니 5월을 넘어서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타율이 여전히 1할대 후반(.179)을 맴돌고 여름까지 찾아오자 생애 첫 풀시즌을 치르는 지석훈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김 감독은 "방망이가 부진하다보니 석훈이가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더라. 괜히 타격에 신경쓰느라 자신의 장기인 수비마저 흔들리고 있다. 석훈이에게 바라는 건 안정적인 수비로 내야를 지켜주는 것이지 방망이가 아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현대는 1군과 2군의 실력차가 크다"고 했다. 6년째 신인 1차지명을 하지 못한 데다 2000년 이후 팀 성적이 상위권을 맴돌면서 2차지명에서도 하위 순번을 받곤 했다. 좋은 유망주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모처럼 발견한 보석을 더 정성스레 다듬고 싶은 것이 김 감독의 바람.

지석훈의 빈 자리는 29일 경기서 당장 드러났다. 지석훈 대신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재균은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러자 8회부터는 붙박이 3루수 정성훈이 유격수를 맡고 대신 1루에 있던 멀티플레이어 이택근이 3루로 옮겼다. 우익수를 보던 유한준은 1루수 미트를 잡았다. 불안한 수비에 대한 김 감독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겠다는 현대다. '사랑의 매'를 받은 지석훈이 열흘 후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배영은기자 youngeun@joy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








아이뉴스24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