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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08]ZOOM IN-히딩크의 성공, '운발' 아닌 '능력'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볼리 스타디움 미디어 센터.

기자들은 유로 2008에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러시아 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를 듣기 위해 회견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등장하자 러시아 기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아무리 자국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해도 기자회견장에서 박수를 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기자 회견 내내 자신있고 강한 톤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시종일관 공격 축구를 구사한 이유, 찬스가 많았지만 골을 더 넣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 "나중에 스웨덴 감독이 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웨덴은 좋은 나라이니 관광을 가겠다"고 농담하는 부분 등 회견장을 압도하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런데 그의 인터뷰 도중 가장 귀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전술 전략에 관한 부분이다. 그는 "스웨덴이 그리스, 스페인과 경기한 DVD를 정말 많이 보고 연구했다"면서 "이브라히모비치를 잘 마크하고, 융베리의 움직임을 잘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의 수비진은 탄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영리하다고 생각했다"며 "밸런스를 깨기 위해 창조적이고 민첩한 아르샤빈에게 이들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라고 지시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승리의 요인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4로 크게 진 스페인전에서 공격과 수비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진단을 내렸고, 경기 내용이 좋아진 그리스전을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면서 장점을 살려나가도록 여러 차례 훈련과 팀 미팅을 거쳤다. 히딩크 감독은 스웨덴과의 경기 당일까지도 팀 미팅을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조율을 마쳤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심리전의 대가'라든가 '위대한 전술가(FIFA 사이트에 나온 내용)'라는 이야기들은 이미 진부하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그 누구보다도 연구를 많이 한다는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유로 1996의 실패(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에 1-4로 대패. 4강 진출 실패함)를 1998 프랑스 월드컵 4강 진출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았다.

대한민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서는 체코에 0-5, 프랑스에 0-5로 지는 등 '오대영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지만, 대표팀의 약점을 제대로 보완하기 위해 계속 강팀들과의 평가전만을 고집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드는 바탕을 일궈냈다.

히딩크는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어떤 풍파가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갔다. 이번 러시아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맨 처음 그가 대표팀을 맡았을 때 보수적인 언론, 축구계에서는 "히딩크가 러시아의 정신을 알겠는가"라며 "러시아 대표팀은 러시아인이 맡아야 한다"고 그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계속 흔들어댔다.

그러나 히딩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표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그 결과 유로 8강 진출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흔히들 히딩크 감독에 대해 "지독히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유로 2008 예선 때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잡아주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에 오른 것은 '히딩크 운발'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운은 평소에 철저히 준비한 사람에게만 찾아가는 법이다. 준비가 없는 사람은 운이 찾아와도 그걸 이용해 더 큰 일을 벌일 수 없다.

이제는 히딩크의 성공이 '운발'이 아닌 '능력'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

조이뉴스24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장원구 전문기자 playmake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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