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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구]프로야구, 응급체계 '이대로 좋은가'


프로야구 현장의 응급체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26일 저녁 잠실구장에서는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도중 한화 김태균이 1회 공격 때 홈으로 전력질주해 들어오다 두산 포수 최승환과 부딪힌 뒤 쓰러졌다.

김태균은 이 과정에서 헬멧이 벗겨지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찧었고, 한동안 의식을 잃기까지 했다. 이후 김태균은 인근 서울의료원으로 후송돼 안정을 취하면서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는 등 부상 부위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뇌진탕 소견은 보이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야구 관계자들을 비롯해 야구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장에서의 선수 부상이나 긴급 상황이 발생할 시의 응급체계에 아직도 불안요소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균이 운동장에 쓰러진 다음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과 선수단 관계자 등이 한데 몰려나와 긴급한 구호 활동을 펼치기는 했지만 의식을 잃은 환자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빠른 응급조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날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김태균은 응급차에 실린 다음 잠실구장을 빠져나가는 데에도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때마침 인근 체육관에서 프로농구 남자부 챔프전이 끝나면서 쏟아져 나온 관중 차량들과 엉키면서 응급차가 병원까지 가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현재 민방위 대원 교육 현장에서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고 있는 사례가 롯데 임수혁의 9년전 사고다. 이번 김태균의 충돌사고를 보면서 그 이후에도 야구장은 '응급 의료 환경'이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기도 했다.

이러한 응급체계의 개선과 함께 야구인들 역시 그라운드에서는 다함께 안전을 최우선시 하고 각별한 신경을 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KIA의 유격수 김선빈은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수비 연습 도중 다른 수비수들이 던진 공에 머리를 맞아 한때 실려가기도 했으며, 16일에는 사직 롯데전에서 경기 후반 KIA의 서재응이 불펜에 있다가 팀 동료 나지완의 강습 타구를 맞기도 했다.

또 삼성의 채태인도 최근 잠실 LG와의 3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LG 선수의 연습 타구에 발목을 맞고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선수단에서는 라커룸 정도에서 트레이너가 상태를 살펴보고 부상 선수에게 '뛸 수 있겠느냐'는 물음 정도로만 그치고 그냥 흐지부지 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18일 김선빈이 공에 머리를 맞은 다음 라커룸으로 실려가자 한 관계자는 "정신이 번쩍 들겠네"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선수의 안위부터 먼저 철저하게 살펴보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느껴졌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추신수가 1차 라운드에 앞서 팔꿈치 통증을 말하자 소속팀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MLB 기구에서 보여준 선수 보호에 대한 '지극 정성'과 비교하면 아직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의 부상에 대한 구단의 인식은 미흡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보다 선진화된 야구장 '응급체계'와 함께 위험이 상존하는 야구장에서 생활하는 관계자들의 인식 제고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문현구기자 brand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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