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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앞두고 스산한 대학선수권대회 풍경


"너를 이겨야 K리그에 갈 확률이 높아져"...취업 위해 온몸을 불사른다

강원FC 최순호 감독은 요즘 2~3일 간격으로 강원도 강릉을 떠나 대관령을 넘어 경기도 안산으로 향한다. 안산에서는 지난 6일부터 제64회 전국 대학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선수권대회는 최순호 감독은 물론 K리그 사령탑들에게는 새로운 피를 고를 수 있는 좋은 무대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대회이고 시즌 중 프로 감독들은 직접 선수들을 관찰하기 힘들어 팀 스카우터를 통해 선발 대상으로 꼽혀온 후보 선수들의 제대로 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어 관심도는 기대 이상이다.

최 감독을 비롯해 전력 보강이 필요한 일부 팀 관계자들은 예선전부터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관전했다. 일부는 후보군의 프로필을 손에 쥐고 꼼꼼하게 주시하며 플레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지난 15일 기자가 찾은 안산 원시구장에는 찬바람이 가슴속을 후벼파는 가운데 '빅매치'로 꼽히는 상지대학교-관동대학교, 숭실대학교-고려대학교의 8강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성호구장에서도 동국대-경운대, 울산대-경기대 등 강호로 평가받는 대학들이 경기를 치렀다.

관중석에는 최 감독 외에도 왕선재 대전 시티즌 감독, 안종복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 최기봉 FC서울 스카우터 등 낯익은 K리그 관계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K리그 뿐 아니라 내셔널리그 안산 할렐루야의 이영무 감독을 비롯해 각 팀 관계자 및 유명 에이전트, 학부모 등이 관중석 여기저기를 메웠다. K리그 15개 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있으면 곧바로 영입하려는 움직임과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지명되기를 바라는 마음 등 복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에게는 이 대회가 취업 면접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드래프트가 취업 채용장이기 때문에 뭐든 보여주지 않으면 선택을 받을 수 없어 더욱 절실하다. 더군다나 K리그 구단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들 10명이 우선지명으로 이미 취업을 보장받은 상태여서 K리그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지대가 승부차기로 관동대를 물리치자 선수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한 경기를 더 뛸 기회가 주어지면 그만큼 자신을 어필할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을 바라보던 다음 경기 숭실대, 고려대의 선수들의 얼굴도 어둡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학선수권에서는 다양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다른 대회와 달리 판정에도 민감해 지도자들의 항의가 잦은 편이다. 제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프로에 보내야 한다는 지도자들의 절박감이 묻어나오는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을 만큼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어진 숭실대와 고려대의 경기에서는 팽팽한 경기 끝에 1-0으로 고려대가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볼의 골라인 통과 여부 판정을 두고 시비가 벌어졌고, 억울한 마음이 있었던 숭실대에서는 거칠게 항의하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몸으로 표현했다.

자식의 취업이 걱정되는 부모들은 관중석에서 심판진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기가 끝난 뒤 숭실대 윤성효 감독이 심판진에 항의를 계속하자 고려대 학부모 쪽에서는 "판정에 승복해야지.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냐"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면, 숭실대 학부모들은 "이러니까 '축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라고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에이전트는 "비슷한 상황으로 고려대가 패했어도 똑같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이 맘 때 열리는 대회가 아니면 이런 말도 듣기 힘든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정 논란 외에도 각 구단의 표적이 된 선수는 부상을 핑계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몇몇 감독은 "누구누구는 안 나왔네. 어느 구단이랑 미리 합의를 봤나. 꽁꽁 숨겼다"라며 혀를 찼다.

다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결과도 K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갈리는 것 못지않게 관심도가 높았다. 관심을 가졌던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믿음이 더욱 굳어진다. 대전의 왕선재 감독은 수시로 성호구장 상황을 체크하며 후보군이 적힌 종이를 몇 번이고 들여다 봤다.

'갑'의 입장인 구단은 드래프트에서 운이 좋아 앞선 순서를 받는다면 원했던 선수를 선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커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을'의 입장인 선수들 역시 드래프트를 앞두고 취업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며 최후의 일전에 나선다.

고려대와 동국대의 결승전으로 압축된 대학선수권,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스산한 풍경이다.

조이뉴스24 안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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