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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많은 K리그 드래프트, '대박'과 '쪽박' 사이


관찰 제대로 못하고 선수들 선발해야...괜찮은 선수들 해외로 눈 돌려

감독 대행 꼬리표를 뗀 대전 시티즌의 왕선재 감독은 최근 안산에서 눌러 살면서 제64회 대학선수권대회 예선부터 4강전까지 빠짐없이 챙겨봤다. 중간중간 내셔널리그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도 관전하기 위해 경상남도 창원, 김해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모두 내년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고된 일정이었다. 팀은 휴식기에 있지만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마냥 의자에 앉아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 보강에 필요한 신인 선수 물색을 위해서다.

그러나 좋은 자원은 일본 J리그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 옥석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17일 열릴 2010 K리그 드래프트에는 총 442명이 접수를 했지만 얼마 전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 달성의 주역인 수비수 홍정호(조선대), 오재석(경희대), 골키퍼 김다솔(연세대) 등을 제외하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선수가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현장을 찾은 K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드래프트 제도에는 모두가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자유계약제도로 선수를 선발한다면 서로 마음이 편하겠지만 몸값 거품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기에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니 프로축구연맹 이사진을 구성하는 사장이나 대표들도 머리가 아프다.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지겹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드래프트는 각 구단이 산하 클럽 출신 및 1~3순위를 3~5년, 4~6순위를 1~5년, 번외지명 1년 등으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 연봉도 1순위 5천만원, 2순위 4천400만원, 3순위 3천800만원, 4순위 3천200만원, 5순위 2천600만원, 그리고 번외지명 선수는 1천200만원 등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여건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실제 기자가 찾은 지난 15일 전국대학선수권대회 8강 상지대-관동대, 숭실대-고려대 등 '빅매치'로 꼽힌 경기에는 에이전트를 대동한 일본 구단 관계자들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대전의 왕선재 감독은 "시민구단인 대전 입장에서는 드래프트 대신 자유계약제로 전환되면 나쁠 게 없다. 미리 가능성이 있는 선수와 계약을 맺고 키우면 둘 다 손해를 볼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대학 4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구단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강원 최순호 감독은 "1~2학년 때 잘하던 선수들이 3~4학년에 올라가서도 실력이 향상되는 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최근에는 1~2학년 선수들의 기량이 더 좋은 경우가 흔하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스카우터가 관찰한 뒤 가져다주는 데이터와 프로 시즌이 끝난 후인 11월경 열리는 대학선수권 때 한 번의 확인으로 선수를 뽑는 것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팀이나 감독이 요구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낭비도 그런 낭비는 없어 더욱 조심스럽다.

우려 속에서도 좋은 자원은 나오게 마련이다. 고려대와-숭실대의 경기에는 K리그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1순위 내지는 5순위 안에 선발될 것이다. 당장 주전급으로 손색이 없다"라고 점찍은 고려대의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 이경렬(21)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숭실대의 수비수 김원일(23)도 준척으로 꼽혔다.

한 명의 좋은 선수라도 발굴하기 위한 프로 팀들의 노력은 이처럼 예사롭지가 않다.

조이뉴스24 안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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