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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성남의 정상 격돌'…K리그 '명가의 흐름'을 좌우한다


1983년 역사적인 시작을 알렸던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벌써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5개 축구팀으로 시작된 K리그는 15개 팀으로 늘어났고, 몇 번의 리그운영방법과 리그 명칭이 바뀌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K리그를 지배했던 '명문 구단'의 흐름도 바뀌어왔다.

80년대 초반부터 후반, 그리고 90년대 초반까지 K리그는 '빅3'로 통했다. 대우(현 부산)와 포항제철, 그리고 럭키금성(현 FC서울) 3팀이 거의 대부분의 리그 우승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K리그가 시작되고 92년까지 대우가 3번, 포항제철이 3번, 럭키금성이 2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K리그를 수놓았다.

하지만 1993년부터 K리그 '명가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바로 당시 신흥명문 일화(현 성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989년 창단해 리그에 참여한 일화는 3년 동안 꾸준히 경쟁력을 키우다 1992년 포항에 이은 2위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1993년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다. 일화는 1995년까지 3년 연속 왕좌에 오르며 K리그서 군림했다.

성남의 등장에 그동안 K리그를 지배했던 전통의 명가는 힘을 잃어갔고, K리그에는 가히 성남의 시대가 도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성남의 독주를 막으며 새로운 신흥명문들이 등장을 알렸다. 1984년에 창단해 1996년 첫 우승을 일궈냈던 울산이 떠올랐고, 1996년 창단해 90년대 후반을 장식한 수원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90년대 중반부터 성남-수원-울산이라는 K리그 새로운 '빅3'가 탄생했고 성남이 첫 패권을 차지한 후 2008년까지 '명가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 부산과 안양(현 FC서울), 그리고 포항이 각각 한 번씩 리그 패권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명가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큼 파괴력을 지니지는 못했다.

이 기간 16차례 챔피언 중 13번은 성남(7번)-수원(4번)-울산(2번)의 몫이었다. 특히 2000년대를 넘어서는 성남-수원-울산이 우승과 함께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명가로서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빅3'의 전성시대는 2008년까지 그렇게 이어졌다.

그리고 2009 시즌이 다가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가지 이상기온이 감지됐다. 첫 번째는 명가 '빅3'가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수원과 울산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더니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나마 성남이 리그 4위로 마무리하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상기후는 '빅3'를 압도할 만한, 가장 강력한 신흥명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바로 전북이다. 전북은 올 시즌 팀 득점 1위, 팀 도움 1위를 자랑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득점왕-도움왕 등 개인상도 다 가져갔다. 게다가 홈경기 승률, 어웨이경기 승률 모두 1위다.

성남이 1993년 우승한 이후 1997년 부산이, 2000년 안양이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연속성이 없었다. 두 팀 모두 우승 후 아직까지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007년 포항은 5위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해 '파리아스 매직'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포항 역시 2년이 지났지만 더 이상 우승은 없었다.

전북의 등장은 확실히 K리그를 지배했던 '명가의 흐름'을 바꿀 만한 신흥명문 탄생을 알리는 것이다. 전북이 지금의 스쿼드와 조직력을 보유한다면 연속 우승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전북은 1993년 성남의 등장만큼이나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이 챔피언결정전을 승리로 이끌어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끈다면 '명가의 흐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북이 성남-수원-울산 중 한 팀을 낙오시키고 '빅3' 대열에 합류할지, 아니면 성남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의 '빅3'를 와해시키며 K리그를 수놓을 새로운 '빅3'의 선두주자가 될지는 전북의 우승 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아직 '명가의 흐름'은 무너지지 않았다. 성남이 기적같은 투지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성남이 우승한다면 일단 '명가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90년대 초반부터 우승을 나눠먹었던 성남-수원-울산 '빅3' 가운데 한 팀이 우승하기 때문이다. 명가를 대표해 성남의 어깨에는 지켜내야만 하는 자긍심이 묻어있다.

오는 2일 '전통'의 명가 성남과 '신흥' 명가 전북이 성남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명가의 흐름'을 놓고 운명의 챔피언결정 1차전을 벌인다. 그리고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명가의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두 번째 경기를 펼친다.

전통적 명가의 '자존심'과 신흥 명가의 '자신감'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이 전쟁에서의 승자가 '명가의 흐름' 중심에 설 수 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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