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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허도환 '스마일맨이 된 이유'


[류한준기자] 아파도 웃는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포수 허도환이 그렇다. 허도환은 지난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앞두고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른 걸 느꼈다.

큰 일교차 때문에 감기에 걸린 건 아니다. 그러나 얼굴에 발진이 일어났고 목 뒤에 통증이 있었다. 다행히 이날 경기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취소됐다. 허도환은 시간을 내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몸에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잠복된 바이러스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물집과 가려움 그리고 엄청난 통증이 동반되는데 접촉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염되는 병은 아니다. 의사는 허도환에게 휴식을 권했다. 그러나 그는 쉴 틈이 없다. 팀이 한참 시즌을 치르고 있고 자신도 어렵게 찾아온 출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허도환에게 넥센은 프로야구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제공한 고마운 팀이다. 허도환은 학동초등학교시절부터 야구선수로 뛰었다. 이수중, 서울고, 단국대를 거쳐 지난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면서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허도환은 2007 시즌 딱 한 경기만 뛰고 팔꿈치를 다치는 바람에 방출됐다. 5월 2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였다. 당시 9회초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 홍성흔(현 롯데 자이언츠)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9회말 수비에선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앞두고 코치와 캐치볼을 하는 도중 팔꿈치에 탈이 났다. 통증이 있었지만 내색을 할 순 없었다. 결국 부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경기에 나섰다가 두산과 인연이 끝났다.

두산에서 전력 외 선수가 된 허도환은 병역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24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야구공을 놓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다시 한 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싶었다.

허도환은 소집해제 후 2010년 넥센에 입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였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허도환은 지난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넥센의 안방마님은 강귀태였는데 허도환은 그 뒤를 받치는 백업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렇게 허도환은 지난해 79경기에 나왔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김동수 배터리코치와 함께 기본기를 쌓는 훈련을 다시 했다.

허도환은 "김 코치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기본기"라고 했다. 포구와 미트에서 공을 빼는 방법, 그리고 포수에게 필요한 풋워크를 가다듬기 위해서다.

스프링캠프에서 흘린 땀방울은 보상을 받았다. 허도환은 올 시즌 개막 이후 넥센이 치른 12경기 중 9번을 선발 출전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도 허도환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허도환은 "지난 시즌에는 마음만 급했다"며 "경기에 나가더라도 항상 뭔가에 쫓기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항상 웃는 얼굴이다. 인상만 보면 여유를 갖고 있는 고참선수 같다.

허도환은 "긴장을 하면 더 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을 쓰거나 표정이 어두워진다고 달라질 건 없다"며 "차라리 그럴 바에 웃으면서 넘기는 게 더 나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24일 LG전을 앞두고 팀 동료들은 허도환을 놀렸다. 전염성은 없는 대상포진이지만 "저리 가라. 가까이 오지마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 때도 허도환은 웃었다. 경기 전 새로 주문한 유니폼 하의가 도착했다. 그런데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그래도 허도환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도환은 대상포진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가 쉽지 않다. 물집이 잡히고 딱지가 앉은 부위가 마스크와 겹치기 때문이다. 통증보다 가려움을 참는 일이 고역이다. 그는 "그래도 참아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허도환은 "아프다고 쉰다면 2군으로 가야 한다"며 "강진보다는 목동에서 밥을 먹는게 더 낫다"고 또 웃었다.

허도환은 24일 LG전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브랜든 나이트와 손발을 맞췄다. 나이트는 올 시즌 3승을 거두고 있는데 모두 허도환이 공을 받았다. 나이트는 통역을 통해 허도환을 가장 선호하는 포수로 꼽았다. 나이트는 이날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6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졌다. LG 오지환에게 홈런을 맞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볼넷은 2개만 허용했고 삼진 4개를 잡으면서 3실점을 기록,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했다.

허도환도 이날 멀티 히트를 쳐내며 좋은 활약을 했다. 올 시즌 타율은 1할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 경기에선 5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2회초 공격에서 2사 이후 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해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넥센은 허도환의 안타를 신호탄으로 타선이 불을 뿜으며 4점을 내 LG에게 7-3으로 이겼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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