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답지 않았던 손연재의 '맨발 투혼'

[한상숙기자] '맨발 투혼'에서 18살의 나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침착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은 손연재(18, 세종고)의 연기는 한국 리듬체조의 성장을 보여줬다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무대에 올랐다. 손연재는 10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에서 4종목 합계 110.300점으로 전체 6위에 오르며 24명 중 10명이 출전하는 결선 무대에 올랐다.

예선 첫 종목이었던 후프에서 자신의 올 시즌 최고점인 28.075점으로 좋은 출발을 한 손연재는 두 번째 종목인 볼에서도 27.825점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마지막에 공을 떨어뜨리는 실수가 있었지만 연기를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손연재는 합계 55.900점으로, 전체 4위의 놀랄 만한 중간 순위를 기록했다.

예선 둘째 날인 10일 치른 세 번째 곤봉 연기 점수는 아슬아슬했다. 시작부터 곤봉을 놓치는 실수를 했고, 경기 도중 신발이 벗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벗겨진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러나 손연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준비한 연기를 훌륭히 마쳤다. 곤봉과 함께 벗겨진 신발 한 짝을 들고 퇴장하는 손연재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점수는 세 종목 중 가장 낮은 26.350점. 순위는 7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쉬워할 틈이 없었다. 그에게는 마지막 리본 연기가 남아있었다. 22번째로 나서 리본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앞선 아쉬움을 털어버리듯 우아한 연기를 펼쳤다. 감정을 담아낸 풍부한 표정 연기에서 관록마저 느껴졌다. 손연재는 리본 연기서 28.050점을 받아 합계 110.300점으로 여유 있게 결선에 진출했다.

역대 한국 리듬체조 최고 성적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신수지(21, 세마스포츠)가 기록한 12위다. 이후 손연재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리듬체조에서 사상 첫 결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두각을 나타낸 손연재는 올해 러시아 월드컵시리즈에서 개인종합 4위로 최고의 성적을 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올림픽 첫 출전에서 '꿈의 무대'에 오른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의 밝은 미래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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