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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비탄에 빠졌고, 강원은 환호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강등'과 '잔류'는 천지 차이

[이성필기자] '너와 나의 역사에 강등을 새기지 마라!'

2013년을 시작으로 4년째 접어드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는 언제나 살벌한 분위기였다. 2013년 강원FC를 시작으로 2014년 경남FC, 2015년 부산 아이파크 등 당시 클래식에 있었던 구단들이 상주 상무, 광주FC, 수원FC에게 발목을 잡혀 잇따라 강등됐다.

강등팀들은 모두 첫 경기를 놓치면서 흐름까지 뺏겼다. 2차전에서 이겨도 원정 다득점에서 밀리는 등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 후 팬들의 욕설 섞인 원망과 눈물은 강등이라는 제도가 만든 풍경이었다.

20일 강원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성남은 그래도 나은 여건에서 마지막 일전에 나섰다. 지난 17일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승강 PO 시작 후 처음으로 지지 않은 기록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2차전 공식은 간단했다. 이기면 됐다. 다시 0-0이면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고 승부차기까지 가면 됐다.

성남 팬들이 위치한 북쪽 관중석에는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격문이 내걸렸다. 또, '지켜다오. 우리의 역사, 우리의 자부심', '너와 나의 역사에 강등을 새기지 마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있었다. 전신인 성남 일화 시절부터 이어왔던 7번의 K리그 우승 역사에 강등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지 말라는 팬들의 부탁이었다.

1차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직에서 떠난 구상범 대행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변성환 코치는 "플랜 A부터 C까지 있다. 오늘 김현-황의조 투톱이 서고 수비에서도 파격적인 전술로 나설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뚜껑을 여니 성남은 1차전과 비교해 6명의 새얼굴이 선발 출전이었다. 수비도 플랫4에서 플랫3로 전환, 풀백 박진포가 스토퍼 역할을 맡았다. 힘으로 강원을 압도하겠다는 의미였다.

2013년 이후 챌린지에 머물렀던 강원 팬들은 약 300여명이 상경해 원정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2012년 11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클래식 마지막 대결에서 1-0으로 이겼던 기억을 상기시키려는 듯 관련 현수막을 내걸어 성남을 심리적으로 자극했다.

양 팀이 모두 기다렸던 골은 전반 42분에 터졌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강원의 한석종이었다. 성남 팬들에게서는 비탄이, 강원 팬들에게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제 성남이 잔류하기 위해서는 두 골이 필요한 힘든 조건이 만들어졌다.

후반, 시간이 흐를수록 성남이 불리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역전을 위해 박수를 칩시다. 성남의 득점을 위해"라며 응원을 유도했다.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기자석 부근 성남 팬들은 "올려라", "슈팅해" 등 공격을 유도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수많은 기회를 놓치던 성남은 후반 32분 기어이 골을 넣었다. 황진성의 왼발 프리킥이 골대 왼쪽 구석을 갈랐다. 경험이 많은 황진성의 능력이 결정적인 순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두 손을 모으고 있던 성남 팬들은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성남은 골을 더 넣어야 했고, 경남은 지켜내야 했다. 제어하기 어려운 시간은 계속 흘렀다. 42분 성남 안상현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분위기는 또 요동쳤다. 후반 45분이 모두 지났고 주어진 추가시간은 무려 5분, 그 어떤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1-1로 종료가 됐다.

두 팀은 1, 2차전을 모두 비겼으나 원정에서 한 골을 넣은 강원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승격 티켓을 따냈다. 성남은 구단 창단 최초 강등이었다. 경기장에서 환호는 강원 팬들의 몫이었다. 그렇게 탄천종합운동장은 차갑게 식었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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