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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김지훈 "호아킨 피닉스와 비교, 짜릿했죠"(인터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섬뜩한 얼굴을 내보이며 '김지훈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그 밑바탕에는 20년 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과 '악의 꽃' 사이코패스를 더욱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기울인 남다른 노력, 열정이 존재한다.

김지훈은 최근 종영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 연출)에서 14년 전 연쇄 살인사건의 실제 범인이자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백희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백희성은 14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숨겨져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김지훈은 잠깐의 과거 장면을 제외하고는 8회에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해 후반부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다.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연쇄살인마 누명을 쓰고 백희성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도현수(이준기 분)와는 처음부터 악연으로 얽힌 사이. 이에 백희성과 도현수는 마지막까지 소름돋는 두뇌 싸움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15회에서는 육탄전까지 벌이며 시선을 압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지훈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과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김지훈은 종영 후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는 늘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면 힘들다. 최근작인 '바벨'이나 '부잣집아들', '도둑놈도둑님' 등을 생각해봐도 늘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게 되면 열심히 대본을 분석하고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극의 흐름을 생각해서 연기 템포를 조절한다던지 늘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의 120% 쏟아 부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특별히 더 힘들었다고 얘기할건 없는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열심히 하는데도 작품을 봐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땐 기운이 빠지고 의기소침해 지는데, '악의 꽃' 같은 경우에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더 힘나고 즐거웠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존재했다. 그는 "자꾸 사람을 죽이는 생각을 해야하고 그 행위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연기를 해야하다 보니까 대본을 보고 연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뭔가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는데, 인상 자체가 조금 무섭게 변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사람 만나는 걸 기피하게 되더라. 사람들을 만나서 가볍게 웃고 떠들만한 여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작품이 끝난 이후에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런건지 아님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역할을 해서 그런건지 아직 잘 구분을 못하겠는데 뭔가 공허하고 속이 뻥 뚫린 느낌이 꽤 길게 간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김지훈은 "원래 메소드 연기를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 돌아보니 이번 작품에서 백희성 역할은 어느 정도 메소드적인 접근을 했던 거 같다.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이 되기 전까지는 기력이 없고 메말라 보여야 하니까 촬영할 때 일부러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셨다. 원래는 끼니 거르는 거 싫어한다"며 "살인하는 장면에서는, 직접해볼 수는 없으니까, 며칠전부터 그런 종류의 영화를 봤다. 촬영 때는 하루종일 살인에 관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하다 보니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약간 피폐해지는게 느껴지더라"라고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고백했다.

김지훈에게 있어서 '악의 꽃' 백희성은 도박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호평을 건네줄 때 짜릿한 감정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촬영하고 나서 촬영감독님이 진심으로 좋은 얘기를 해주실 때 엄청 기분이 좋았다. 찍으면서 모니터를 할 수 있을만한 여유는 없으니까 최선을 다하고도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는데, 누구보다 가까이서 제 연기를 담아내신 촬영감독님이 촬영 후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얘기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힘이 되고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은 정말 진지하게 '이번 장면에서는 뭔가 호아킨 피닉스 같은 느낌이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말도 안되는 비교라는 거 알지만 잠깐이라도 너무나 훌륭한 배우와 비교가 되니 속으로는 짜릿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랫동안 제 이미지를 깨 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신인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고 김지훈이라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장보리'에서 보리보리 찾던 사람 맞냐'라고 얘기를 할 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고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을 공개했다.

또 "기분 좋은 댓글이나 반응들이 너무 많은데 처음엔 '무섭다', '섬뜩하다' 이런 류의 반응이 너무 좋고 신기했다. 저 역시도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은 제 얼굴로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줄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지저분하긴 하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제가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자체가 꽤 짜릿했다"며 "'내 마음 속 악역 중 역대 1위'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에겐 그의 인생에서 제가 가장 강렬한 악역이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진짜 어딘가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거 같다;라는 멘트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김지훈은 올해 데뷔 20년, 그리고 나이로는 40살이 됐다. 여기에 '악의 꽃'으로 인생 연기를 경신하며 호평을 얻었으니,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해가 될 듯 하다. 이에 대해 그는 "데뷔 20년. 40이라는 나이. 어느 하나 실감나는 것 없고 어느 하나 내 것 같은 게 없다. 40대가 되었으니 어떻게 해야겠다 이런거 보다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늘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연기하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순수함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배우로서 더욱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랫동안 고정된 이미지 안에 갇혀있던 저를 그 바깥으로 꺼내어준 고마운 친구. 그리고 사람들이 김지훈라는 배우에게 전혀 기대하지도 않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라고 '악의 꽃'의 의미를 전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잘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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