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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못 만든 수원FC, 그래도 담대했던 클래식 1년


인천과 최종전 0-1로 패하며 클래식 최하위, 다시 챌린지로 강등

[이성필기자] "그냥 기도만 했습니다."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B(7~12위) 3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수원FC의 최종전을 맞은 분위기는 비장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홈팀 인천의 클래식 잔류를 소리 높여 외쳤다. "무조건 마지막 경기일 것이다"라며 꼴찌로 떨어지거나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로 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중석 한구석에는 수원FC의 비출전 선수들이 자리해 물끄러미 관중석을 바라봤다.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승강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는 수원FC는 확률상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인지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 수원FC 관계자는 "기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 들인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원FC 조덕제 감독도 비슷했다. 지난해의 경우 강등 경쟁이 일찌감치 갈렸지만 올해는 최종전까지 왔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난해와 비교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격려했다. 개인적으로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마 책 두 권을 써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라며 복잡한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수원FC의 클래식 승격 과정은 극적이었다. 챌린지 3위로 서울 이랜드FC와의 준플레이오프, 대구FC와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넘어선 뒤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PO에서 강력한 공격력으로 이기며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엇보다 수원FC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의 수원시청으로 시작해 2013년 챌린지 출범과 함께 프로로 전환 후 3년 만에 승격을 일궈냈다는 스토리 자체는 감동적이었다. K리그 승강제의 묘미와 당위성을 보여준 팀이 됐기 때문이다.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 시장도 시의회를 적극 설득하며 예산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등 팀 성장에 신경썼다. 산하 유스팀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등 적은 예산으로 할 일은 두루 해냈다.

수원FC 클래식 승격 효과는 수원 삼성과의 '수원 더비'라는 화제성과 시장성 있는 매치를 만들었다. 두 팀의 만남은 항상 묘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상대전적은 1승 3패(0-1, 1-2. 5-4, 2-3)로 수원FC가 뒤졌지만 언제나 한 골 차이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치열하게 맞싸웠다. 수원 삼성으로서는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 이어 부담스러운 지역 라이벌이 추가된 셈이었다. 수원 삼성은 수원FC에 한 번 덜미를 잡힌 영향으로 최종전을 앞두고서야 겨우 클래식 잔류를 확정짓는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형님 팀들을 상대로 무서운 경기력도 보여줬다. 포항 스틸러스에는 4전 전승을 거두며 천적 노릇을 해 막내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다만 수원FC가 아쉬웠던 점은 시즌 시작 전 전력 보강이 불완전하게 이루지면서 하위권을 전전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강을 통해 가능성을 엿봤지만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인천과 마지막 일전에 나선 수원FC는 처절할 정도로 전투적이었다. 세 골차 이상의 승리 외에는 무조건 강등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몸을 내던졌다. 골키퍼 이창근은 공격적인 팀 상황으로 인해 수비가 자주 뚫리면서 실점 위기를 수 차례 맞았으나 어떻게든 골문을 막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원하던 수원C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인천도 급한 사정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포항 스틸러스가 성남FC에 전반을 1-0으로 앞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인천은 이기기만 하면 10위로 올라서며 잔류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수원FC 팬들은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골을 기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수들의 굳은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결국 수원FC는 인천에 0-1로 패하며 기적을 연출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챌린지로 돌아갔다. 그렇게 수원FC의 클래식 1년 나들이는 아쉬움 속에 끝났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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