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메모리 R&D '1조원' 투입, 공공수요 2천600만개 앞장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계와의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미국, 대만 등 해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명실상부 반도체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2030년까지 2천600만개 규모 비메모리 공공수요를 직접 창출,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을 지원하고 중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대해선 세제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미래형 자동차 등 차세대 융합산업의 지능형 반도체에 대해선 R&D에 1조원을 투자하고 1만7천명 규모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팹리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금융위원회는 30일 이같은 내용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 범부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 확보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전면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공공수요 창출에 직접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안전, 국방, 교통인프라 등 공공시장에서 2천400억원 규모 2천600만개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발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을 육성할 방침이다.

세계적으로 메모리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업체들이 세계 1위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 팹리스 분야에선 퀄컴, 인텔 등 미국 업체들이, 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TSMC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팹리스의 경우 1천억원 규모의 전용펀드, 스케일업펀드 등을 통해 기술력이 있는 중소업체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파운드리의 경우 글로벌 2위인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대해선 하이테크 분야, 중견기업은 전력·아날로그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도록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그간 팹리스 업체들의 파운드리 이용에서 물량 등 상당한 제한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 상생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과기부, 산자부를 중심으로 1조원 규모 R&D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5년간 R&D 분야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사업 중 1조원 이상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부와 팹리스와 비메모리 수요처들의 협력 플랫폼 '얼라이언스 2.0'을 구축키로 했다. 이 협의체 내에서 공동으로 발굴된 유망기술의 경우 정부 R&D에 우선 반영될 예정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에 대해선 2030년까지 1만7천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2021년부터 연세대, 고려대 등 연간 80명 규모 반도체 계약학과가 신설되고 기업수요 기반 R&D 사업을 통해 산학연계형 석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또한 카이스트 등 반도체 설계교육센터 지원을 확대하고 안성 폴리텍대학을 반도체 특화형으로 전환한다. 대학 장비들도 추경예산 100억원을 투입, 장비를 현대화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압도적 시장점유율 아래 대만, 중국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자칫 골든타입을 놓치면 국내 수요 시장도 해외 메이커들이 차지할 수 있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시장의 변동에 우리 반도체 산업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범부처 경쟁력 강화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이번 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30일 화성공장을 방문, 비메모리 산업 지원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24일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집중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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