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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TS가 능사는 아니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전자가 BTS(방탄소년단) 테마를 적용한 '갤럭시S20+ BTS 에디션'을 출시하자 업계에서는 재고 소진 차원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갤럭시S20+가 상대적으로 애매한 성능에 비싼 가격으로 시리즈 중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온라인 사전판매 하루 만에 '완판'됐고, 오프라인 판매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SNS에는 여러 '아미(BTS 팬클럽 회원)'들이 BTS 에디션을 사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 안 팔리던 스마트폰이 BTS가 결합되자 순식간에 흥행 제품으로 바뀐 셈이다.

최근 BTS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는 등 BTS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TS가 1위에 오르자 광고모델을 했던 '레모나'의 경남제약, BTS 관련 드라마를 제작 중인 '초록뱀' 주가가 지난 2일 급등했다.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검증된 유명 아티스트가 주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BTS 마케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G7' 출시 때 BTS를 광고모델로 멤버들 포토카드 사은품 등을 지급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Q7의 경우 한정판으로 'BTS 에디션'을 제작했지만 역시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롯데칠성 역시 상반기부터 BTS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BTS 굿즈(Goods) 판매에 나섰지만 영업이익 감소세는 피하지 못했다. 넷마블은 아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BTS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 'BTS 월드'를 출시했지만 초반 반짝 인기에 그쳤다.

이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게임업계는 늘 검증된 IP(지식재산권) 확보에 사활을 건다. 경쟁력이 확보된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 경우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돼 왔던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마차가지다. 넷마블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하고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역시 결국 유명 IP 확보나 검증된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가능성 모색 차원이다.

엔터 산업의 핵심이 'IP'라는 점도 게임과 비슷하다. BTS는 '아티스트'이지만 동시에 검증된 IP이기도 하다. 연예기획사들도 이를 알기에 자사의 아티스트들을 IP화해 다양한 콘텐츠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체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BTS 활용 사례를 언급했듯 IP가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우수한 IP를 확보했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좋은 재료를 비싼 돈을 주고 구매했더라도 바로 맛있는 요리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IP 확보는 하나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게임업체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유명 아티스트나 영화 등의 IP를 확보하는 형태로만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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