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미래유산] 미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 줄 수 있도록..."


한국의 식문화를 이끌겠다는 사명감으로 이어갈 것

아이뉴스24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미각도 문화다, 감수성도 유산이다'를 주제로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 100년 후 미래세대에게 전해줄 우리의 보물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광화문 미진 이영주 사장(왼쪽)과 이정석 사장 [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서울의 메밀국수 노포(老鋪) 미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70년 가까이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기쁨을 선사한 곳이다.

창업주 고(故) 안평순씨가 시작한 미진은 1978년 이영주씨가 인수했고, 현재는 그의 아들인 이정석씨가 운영하고 있다. 67년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름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미진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음식 맛을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물론 메밀국수를 우리나라 대표 식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는데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과 이영주 사장, 이정석 사장과의 이야기를 통해 '미진'의 살아있는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Q. (박찬일) 어떤 인연으로 미진을 인수하게 됐나.

A. (이영주) 북창동에서 일식집을 할 때 안평순 여사가 손님이었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그게 제가 된 것이다. 일식집보다는 메밀국수를 하고 싶어서 미진을 인수하게 됐다.

Q. 미진의 메밀구수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국수 색깔이 하얗다.

A. (이정석) 정말 좋은 메밀은 원래 색깔이 하얗다. 그런데 메밀 색깔은 탁하다는 사람들의 기존 인식이 있어서 어떤 가게는 일부러 색깔을 가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는 메밀의 좋은 부분만 쓰다 보니까 색깔이 하얀 것이다.

광화문 미진 메밀국수 [정소희 기자]

Q. 하얀 메밀을 쓰면 사람들이 메밀을 많이 안 썼다고 오해를 했을 텐데.

A. (이영주) 안 여사에게서 인수했을 때는 까만 메밀이었다. 좋은 재료를 쓰자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오히려 인식이 저희 메밀이 표준이 됐다. 장사 초기 영업적으로 불리했지만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좋은 메밀을 팔고 싶었고 그것이 성공한 것이다.

Q. 몇몇 가게에서는 메밀국수 장국의 비법이 구전으로만 이어진다고 하는데 미진은 어떻게 하나.

A. (이정석) 저희는 나름 레시피를 정리하고 거기에 따라서 주방장들이 교육을 받고 장국을 만들고 있다.

Q. 메밀국수의 본 고장인 일본에는 가본 적이 있나.

A. (이영주) 한 번 가봤다. 예전부터 일본 메밀보다 우리 메밀이 더 맛있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육수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우리식으로 만들었다.

Q. 인수 후 쯔유의 맛에는 변화가 있었나.

A. (이영주) 기존 쯔유는 단맛이 덜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해서 단맛을 가미했다. 맛을 계속 변화시켜왔고 손님들도 좋아했다.

Q. 메밀 반죽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이정석) 반죽은 지금도 손으로 하고 있지만 압연부터는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

Q. 메밀국수의 양에는 변화가 있었나.

A. (이영주) 손님들이 많은 걸 좋아해서 우리는 양을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주는 편이다. 원래 한 판에 한 덩어리였는데 두 덩어리로 늘려 예전보다 양이 1.3~1.4배 늘었다.

Q. 현재는 자제들에게 가게를 물려준 상태인데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어떠한가.

A. (이영주) 장사를 하면서 몸이 아팠으니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나오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줘서 못하고 있다.

광화문 미진 이영주 사장 [정소희 기자]

Q. 가게를 한 것이 생계를 위한 것이었지만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나.

A. (이영주) 장사를 하다 보면 아무리 잘 된다고 해도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했다. 안 여사가 물려주시면서 끝까지 살리라는 뜻이 있었고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Q. 직원들이 참 많다.

A. (이정석) 1~2년 전쯤 손님 2명이 직원들 식사시간에 오셨는데 '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며 칭찬하셨다. 그 때 어머니는 오히려 '저분들 덕분에 제가 먹고 살죠'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분들이 왔고 잘해주다 보니 상생이 돼서 오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영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 잘 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Q. 우리나라에서 메밀국수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미진도 70년이 다 돼가는 노포가 됐고 이제 4대째 물려받는 가게가 됐다. 이는 생존하기 위한 끊임없는 전략과 생존본능이 작동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A. (이영주) 좋은 음식을 발전시킬 테니 손님들이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정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원가를 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재료는 항상 좋은 걸 써야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장사가 힘들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고집을 안 꺾으시고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이 지금의 미진을 있게 한 것 같다. 그런 것을 퇴색하지 않고 더 발전시켜 작지만 우리나라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 또 서울시민과 함께 미진이 100년이 넘는 가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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