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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칩 시장서 흔들리는 '인텔'…'M1' 앞세운 애플, 영향력 커질까


애플 "2년 내 맥 모두 ARM 기반 설계"…인텔, 애플 이탈로 PC 점유율 8% 손실

애플 자체 개발 PC용 프로세서 'M1' [사진=애플]
애플 자체 개발 PC용 프로세서 'M1' [사진=애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 강자로 군림해왔던 인텔이 '빅 바이어'인 애플을 잃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인텔은 지난 1968년 창업 이래 48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나, 최근 수 년간 사업부진에 빠져 후발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던 상태다. 여기에 애플이 자체 설계한 PC 칩으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면서 인텔의 영향력은 더 약화된 모습이다.

애플은 11일 자체 개발한 PC용 프로세서 'M1'과 이를 탑재한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한 제품은 13인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모니터를 탑재하지 않은 보급형 데스크톱 맥 미니였다.

이번에 업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것은 ARM 기반 CPU(중앙처리장치)인 'M1'이다. 애플이 설계하고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만든 것으로, 첫 5나노 CPU다. 애플의 설계력과 ARM의 기술이 더해진 'M1'은 전작 대비 CPU가 최대 3.5배,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최대 6배, 머신러닝 기능이 최대 15배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수명도 2배 이상 길어졌다.

애플은 그 동안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는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해왔지만 '맥' 컴퓨터에는 지난 2006년부터 인텔의 CPU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M1' 칩셋 개발로 애플은 앞으로 2년에 걸쳐 '맥' 전체에 자체 칩을 탑재하기로 했다. 전체 PC 시장에서 '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IDC 기준 8.4%다.

 [사진=인텔]
[사진=인텔]

이에 인텔은 '맥' 컴퓨터에 대한 칩셋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직·간접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선 '탈(脫) 인텔'을 선언한 애플은 연간 8조4천억 원의 매출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텔은 애플에 공급하던 물량이 사라지면서 연간 20억 달러(약 2조4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가량을 차지한다.

또 인텔은 현재 PC CPU 기술 기반에서 'x86 아키텍처(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시스템의 설계방식)'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애플의 이탈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행보로 영향력을 잃고 있다. 그 동안 인텔, AMD는 물론 애플도 이 아키텍처를 활용한 인텔 CPU를 써 왔지만, 최근 인텔의 CPU 성능 개선이 예전만 못해지자 기업들이 하나, 둘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대신 기업들이 ARM의 아키텍처를 대안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라이선스만 구입하면 자신들에게 맞춰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ARM 코어는 저전력의 장점이 부각되는 아키텍처이지만 성능 면에서도 최근 x86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애플 실리콘칩 'M1'이 탑재된 맥 제품 [사진=애플]
애플 실리콘칩 'M1'이 탑재된 맥 제품 [사진=애플]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애플이 'x86 아키텍처'에 대항마로 꼽히는 ARM의 기술에 애플의 설계 능력을 더해 완성한 'M1'을 선보이면서 인텔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일로 인텔의 입지가 좁아지는 대신 ARM 진영의 영역 확대가 본격화 될 것으로 판단돼서다. 인텔 입장에선 최근 PC 프로세서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퀄컴도 위협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ARM은 최근 성능 개선뿐 아니라 호환성 문제도 해결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퀄컴이 MS와 손잡고 윈도 OS에서 호환되는 ARM 기반 CPU를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인텔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는 데 그쳤던 ARM 진영이 애플을 만나 저변을 확대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애플이 ARM 기반으로 애플 실리콘을 설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던 PC 칩 시장도 격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인텔의 부진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메모리 반도체 신기술 개발 합작사의 지분을 15억 달러(약 1조7천억 원)에 매각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후발 업체인 미국의 AMD가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올리는 상황에서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대량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도 SK하이닉스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모바일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시장에서 주춤한 사이 애플이 '탈인텔'까지 선언해 시장에서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며 "PC용 반도체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인텔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텔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애플은 최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꾸준히 인수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지난 1999년 레이서그래픽스, 2008년 P.A.세미 등 10년간 12건의 반도체 관련 기업을 품었다. 이후 칩 사업부를 수백 명 단위에서 수천 명 규모로 키웠으며, 각종 반도체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할 만큼 전문성도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체 반도체 기술을 점차 강화하면서 그 동안 외주를 준 사업들을 하나, 둘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에는 애플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들의 수직 계열화 경향이 더 강화되면서 공급업체에 대한 애플의 장악력도 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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